피지컬 AI의 심장,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월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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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피지컬 AI의 심장,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월드 모델

권경욱 기자 0   0

인류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 수많은 선구자들은 직접 날개를 달고 뛰어내리며 목숨을 건 실험을 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의 항공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 수백만 번의 추락을 겪으며 완벽해진 뒤에야 비로소 하늘을 난다.


이제 이 시뮬레이션의 혁명이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으로 넘어왔다.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로봇에게 무한한 경험을 제공하는 월드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월드 모델을 두고 신의 시뮬레이터라 부르며, 피지컬 AI 시대를 여는 열쇠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AI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컵을 놓치면 바닥에 떨어져 깨질 것을 직관적으로 알듯, 인간은 세상의 물리적 인과관계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살아간다. 월드 모델은 바로 이 인간의 상상력과 예측 능력을 AI에게 이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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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코스모스


기존의 AI가 입력된 데이터만 분석했다면, 월드 모델을 장착한 AI는 "내가 이 컵을 밀면 어떻게 될까?"를 가상 공간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본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 같은 최신 월드 모델들은 텍스트나 이미지 한 장만으로도 중력, 마찰, 탄성 등이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 세계를 생성해 낸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의 한계를 돌파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로봇이 컵을 100만 번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 깨진 컵을 정리할 인력과 비용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월드 모델 속에서는 비용 없이 짧은 시간 수천 번의 실험이 가능하다. 즉, 월드 모델은 로봇이 현실로 나오기 전, 모든 시행착오를 미리 겪고 마스터하는 초고속 정신과 시간의 방인 셈이다.


현재 피지컬 AI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양질의 물리 데이터를 많이 가졌는가로 귀결된다. 인터넷의 텍스트 데이터는 고갈되어 가고 있고, 현실 세계의 로봇 행동 데이터는 구글이나 오픈AI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여기서 월드 모델의 진가가 드러난다. 월드 모델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상황, 예를 들어 쓰나미가 덮친 원자력 발전소, 무중력 상태의 우주 정거장, 복잡하게 꼬인 전선 더미 등을 무한대로 생성해 낸다. 이렇게 생성된 합성 데이터는 피지컬 AI를 학습시키는 최고급 연료가 된다. 


결국 월드 모델을 보유한다는 것은 데이터의 무한한 유전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 외부에서 비싼 데이터를 사올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AI를 진화시키는 자급자족형 AI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월드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월드 모델과 피지컬 AI가 결합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모든 물리적 작업의 최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제조업에서는 공장을 짓기 전에 가상 세계에서 미리 가동해 볼 수 있다. 로봇 팔의 동선,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 심지어 나사 하나의 마찰력까지 시뮬레이션해 불량률 0%의 공정 레시피를 찾아낸 뒤 현실에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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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웨이모


자율 주행 역시 마찬가지다. 100년 동안 운전해도 겪기 힘든 기상천외한 사고 상황을 월드 모델 속에서 매일 수억 km씩 주행하며 학습한 AI가 도로 위를 달린다. 재난 대응 현장에도 혁신적으로 바뀐다. 화재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무너지는 건물의 물리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해, 가장 안전한 구조 경로를 즉시 찾아낸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NC AI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행보는 대한민국 AI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외산 월드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형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독자 개발해 기술 종속의 고리를 끊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NC AI의 게임 물리 엔진 노하우, 펑션베이의 정밀 공학 시뮬레이션, 그리고 카이스트의 3D 메모리 기술이 결합된 이 모델은 단순한 영상 생성을 넘어,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엔지니어링 수준의 정밀도를 지향한다. 여기에 포스코 등 세계 1위 제조 기업들의 현장 데이터가 더해지면, 글로벌 수준의 월드모델도 꿈속에서의 일만이 아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시뮬레이션이 실전을 압도하는 시대. 월드 모델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대한민국 피지컬 AI가 글로벌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월드 모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만든 가상 세계에서 학습한 AI 로봇들이 전 세계의 공장과 물류 센터를 누비게 되는 미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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