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초보’, ‘살려주세요’… 웃음 상품 된 안전운전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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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욱 기자 0   0

뒤차에 배려를 부탁하던 초보운전 스티커가 웃음을 파는 상품이 됐다. 자동차시민연합(대표 임기상)은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경기 일원에서 차량 표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보운전 스티커가 장난 문구를 단 재미 상품으로 바뀌어 수천원에서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자동차시민연합은 표지가 본래 기능을 잃기 전에 규격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두 갈래로 진행했다.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에 서울·경기 일원 도로와 주요 공영주차장에서 차량 표지를 직접 촬영했고, 국내 대기업 온라인 쇼핑몰과 중국계 대형 쇼핑몰에서 ‘초보운전 스티커’를 검색해 판매 상품의 문구와 가격을 살폈다.


검색 결과, 장난 문구 상품이 줄줄이 나왔다. 가격은 1만원 이하부터 2만원대까지 다양했고, ‘명품’을 내세운 스티커는 인기 상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중국계 대형 쇼핑몰에서도 영문 ‘NEW DRIVER’ 스티커 세트 등을 국내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문구는 웃음을 노렸다. ‘극한초보, 이것은 액셀인가 브레이크인가’, ‘#제발 껴주세요’, 저승사자 그림을 넣은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 같은 식이다. 양보를 부탁하는 표지가 농담거리가 된 셈이다.


도로 위 표지도 제각각이었다. 뒷유리를 가득 덮은 ‘왕초보’부터 손글씨 ‘도로주행 연수 중’까지 모양과 크기에 기준이 없었다. 한 경차는 ‘#엄마가운전중입니다’ 등 해시태그 6줄로 뒷유리를 채웠다. 큰 글자는 운전자 자신의 뒤쪽 시야를 가릴 수도 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표지도 뜻이 흐려졌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의 26.7%다. 조사 과정에서는 반려견만 태운 차에 이 표지를 붙인 사례도 눈에 띄었다. 뒤차는 어린이가 탄 줄 알고 조심하지만, 실제와 다르면 표지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


표지가 중요한 이유는 짙어진 선팅에 있다. 뒷유리가 어두우면 뒤차는 앞차에 누가 탔는지 알 수 없다. 초보 운전자나 어린이가 탔는지 알려 줄 단서는 사실상 차량 뒤쪽 표지뿐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법정 초보운전 표지를 도입했으나 1999년 폐지했다. 이후 27년 동안 표지의 모양과 문구는 운전자 마음대로였다. 해외는 다르다. 일본은 면허 1년 미만 운전자에게 초보 표지 부착을 의무화하고, 붙이지 않으면 범칙금 격인 반칙금 4000엔을 물린다. 표지를 단 차량에 무리하게 끼어들면 6000엔이다. 영국은 면허를 따기 전 연습 운전자에게 ‘L’ 표지를, 프랑스는 면허 취득 뒤 수습 기간 운전자에게 ‘A’ 표지를, 아일랜드는 면허 취득 뒤 2년간 ‘N’ 표지를 붙이게 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조사 결과와 해외 사례를 정리해 행정안전부·경찰청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초보·어린이 탑승 등 운전자 표지의 모양·색상·크기를 도로교통법 하위 규정으로 정하고, 규격 표지를 단 차량에 무리하게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배려 운전 규정을 함께 두자는 내용이다. 1999년 폐지 당시 표지가 오히려 위협 운전의 빌미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표지와 보호 규정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 자동차시민연합의 설명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웃음거리가 된 스티커가 과연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일본·영국처럼 표지를 규격화하고 제도로 뒷받침해야 초보 운전자와 어린이 등 도로 위 약자를 보호하는 표지 본래 기능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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