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676010?sid=104
최근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권 인정 판결을 폐기함에 따라 일부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는 등 '낙태권 폐기'가 미국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 응해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 폐기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개인 별장이 위치한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 응한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찬성 시위대가 요구하는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대해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 내 의료 전문가들에게 내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 물었다"며 "선포 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볼 것을 요청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법 상 보건복지부 장관은 심각한 질병 등으로 인한 비상상황 발생 시 90일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사태 해결을 위한 자원을 전격 동원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장해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비상사태 선포 검토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이번 낙태권 폐기 사안에 크게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대법원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적으로 폐기했고, 대법원으로부터 낙태에 관한 결정 권한을 넘겨받은 각 주들 중 10여개의 주들은 '낙태금지법'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 중절 관련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낙태 약품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 해당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러한 대응은 결코 충분치 않다며 백악관 철제 담장에 몸을 묶는 등 강도높은 시위를 지속해왔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이라고 답하면서도, "보다 주효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11월 선거에서 낙태권을 인정하는 의회를 구성하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법으로 만들어 다시 시행할 권한은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그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법안으로 만들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적극적으로 민주당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강조했습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에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강력한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적법성과 실효성을 근거로 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젠 클라인 백악관 젠더정책 자문위원회 국장은 8일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옵션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선택지로 보이진 않는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해도 관련 펀드에 수만 달러 정도의 기금밖에 없어 동원할 자원이 많지 않고, 정부의 법적 권한 확대 역시 미미한 정도"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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