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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해식ㅣ핀란드 국립과학기술원 박사
지난달 20일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매긴 행복 평가는 5.951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5위였고, 전세계 137개국 가운데 57위였다. 미국은 15위, 일본은 47위, 중국은 64위였고, 핀란드가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왜 핀란드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나라보다 특별히 경제적 생활 수준이 높지도 않고, 군사적으로 강력해 주변국들 위협이 없는 것도 아니고, 100년 남짓 짧은 역사에 문화적으로도 풍부한 자원을 가진 것도 아닌 북유럽의 작은 나라가 왜 행복한 나라일까? 10년 넘게 핀란드에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 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모두는 평범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북유럽 공통의 문화·도덕적 규범이라 불리는 ‘보통 사람들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약 10여개의 법칙이 있는데, 간단히 줄이면 “사람은 모두 평범하며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명확히 구분하며,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크게 관심이 없다.
둘째, 자기 인생을 산다. 사람들은 흔히 돈, 권력, 명예, 유명세를 좇으며 산다. 이 평범하고 보편적 욕망을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10대에는 좋은 대학에 가려 경쟁하고, 20대는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직장을 가지려 하고, 30·40·50대는 좋은 아파트, 좋은 차,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통장 잔고, 해외여행에서의 멋진 인스타 사진 등을 위해 경쟁하듯 같은 인생을 산다. 그러나 이런 인생 말고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핀란드에는 많다. 보다 철학적 이야기는 차치하고, 아주 쉬운 질문을 해보자. “우리는 과연 취미가 있는가?” 여기서 취미란 그냥 한가한 시간에 틈틈이 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시간, 돈, 노력 등을 쏟아부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 핀란드에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사람은 아프리카 케냐에 매년 여행을 가고, 나이 많은 연구원은 특이한 새 소리를 듣기 위해 오지에서 며칠을 잠복하고,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사람은 자신의 정원에 아치형 다리를 놓고 싶어 여름 휴가 한 달 내내 토목학을 공부한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셋째, 사회복지의 나라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핀란드는 복지국가다. 이 복지국가는 많은 세금으로 동작한다. 언젠가 한국 신문에서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꿈 가운데 하나가 건물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건물주를 꿈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노동하지 않고 얻은 소득에는 세금이 많이 붙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 자산으로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세금을 내는 핀란드에서는 부자가 되는 것이 어렵지만, 또 잘 되어 있는 복지 때문에 가난해지기도 어렵다.
그래서 행복한 나라의 사람들은 ‘모두가 평범하고, 평등하다’하는 도덕적 규범 속에 부자들이 기꺼이 많은 세금을 내고, 모두가 각자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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