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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인류가 현재의 발전 속도에 머문다면 2030년에도 전 세계에서 5억7천만명 이상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성평등 진전 속도도 너무 느려 300년은 지나야 실현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엔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 2023 특별 보고서'를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SDG는 2015년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인류가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로 채택한 것으로 17개 정책목표와 169개 세부목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보고서는 SDG 이행 기간의 중간지점이 되는 올해까지 추세 점검이 가능한 140개 세부목표의 달성 현황을 평가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성 시점까지 7년밖에 남지 않은 현재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세부목표는 평가대상 140개 가운데 15%에 그쳤다.
절반가량은 이행 계획에서 심각하게 혹은 중간 정도로 이탈해 있었으며, 기준 시점인 2015년 수치보다 오히려 후퇴한 세부목표도 있었다.
첫 번째 정책목표인 빈곤퇴치 부문 점검 결과, 현재 발전 속도대로라면 2030년에도 5억7천50만명이 여전히 2달러15센트(약 2천800원) 이하로 하루를 버티는 극빈층으로 살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의 빈곤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 1에 그칠 전망이다.
기아근절은 목표를 세우기 전보다도 퇴보했다. 굶주림이나 식량불안 상태에 놓인 인구는 2015년 이후 계속 증가세다.
2021년을 기준으로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은 8억명에 육박한다.
유엔은 팬데믹과 분쟁, 기후변화, 불평등 심화 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2023년까지 '기아 제로'를 달성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아동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도 팬데믹 등으로 멀어졌다. 조사 대상 104개국 가운데 약 80%에서 학습 손실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 세계 국가의 6분의 1만 '보편적 중등교육 완수'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그치며 8천400만명의 아동과 젊은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3억명은 기본적인 문해·계산능력을 익히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평등도 진전이 느린 대표적인 목표다.
보고서는 현 추세라면 조혼 풍습을 없애는 데 300년, 법률상의 성차별을 없애는 데 286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또 직장 내 권력·지도층에서 여성이 동등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140년, 국회에서 이를 달성하는 데는 47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기후변화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1도 높아졌고, 2035년에는 상승 폭이 1.5도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아동 사망률 하락,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간염 등 일부 질병 퇴치, 최빈국에서의 전기 접근성 확대, 재생에너지 비율 증가 등 성과도 있었으나 진전을 이룬 많은 부분이 여전히 취약하고 속도도 느리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2030 어젠다는 '그렇게 될 수도 있었던' 세계의 묘비문이 될 수 있다"며 "진보를 이루는 데 실패하면 불평등이 심화하고 둘로 나뉜 세계에서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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