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10047?sid=10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처음으로 조우했다. 두 사람은 만나서 '주먹인사'를 하는 등 예상 외의 친밀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문제를 놓고서는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간의 이스라엘 방문을 마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알 살람 왕궁이 위치한 해변 도시 제다에 도착했다.
이번 사우디 방문은 미 정보 당국이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던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공항에서 왕궁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 차량에서 내린 직후 마중 나온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했다. 이어 곧바로 만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는 손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에서도 고위 당국자들과 악수하고,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피해 생존자들과 포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왕 면담에 이어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 실무회의를 했다.
그가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과 주먹인사를 하고 회담을 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한 터라 이번 주먹 인사는 양국 관계 재설정에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하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주먹 인사가 '사우디 왕따 시대'를 끝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확대 실무회담 초반에 회의장에 들어갔던 미국 공동취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에겐 '사우디가 여전히 왕따인지',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카슈끄지 가족에게 사과할 것인지'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두 지도자는 답하지 않았고, 빈 살만 왕세자는 미소 짓는 모습을 보였다고 공동취재단은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칼리드 알파이살 메카주 주지사와 주미 사우디 대사 등 격이 떨어지는 극소수 인사들만 영접한 것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공항에서 정성스럽고 떠들썩했던 환영식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1분간만 머문 뒤 전용 차량을 타고 떠났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주된 목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원유 증산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물가 상승을 이끄는 유가 급등이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이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위기감에 자존심을 내려놨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남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방문 성과에 대해 강조하면서 원유 증산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가 정상화로 나아가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했고, 미국과 사우디는 광범위한 녹색 에너지 이니셔티브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가 몇 주 내에 조처를 할 것"이라며 낙관론도 피력했다.
아울러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만남 후 기자회견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직접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이 책임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이 암살 사건에 개인적인 책임이 없다면서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답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전했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미 정보 당국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관계가 냉랭해졌었다.
이번 사우디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임시총리와 공동회견에서 "사우디 방문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한다는 더 큰 이유가 있다"며 "우린 중동 지역을 이끌면서 러시아나 중국이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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