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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시위 폭력화하고
‘킬 스위치’로 서버 차단도
미국의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유력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택시업계 폭력 시위를 역이용하고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우버의 불법행위 정황이 담긴 일명 ‘우버파일’을 분석한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 파일에는 2013~2017년 우버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당시 우버 임원들이 주고받은 문자와 e메일, 브리핑 보고서 등 총 12만4000개의 문건이 담겼다. 이를 통해 우버가 각국 정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 행위, 로비를 펼친 증거 등이 확인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우버는 2009년 설립 이후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며 각국의 택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문에 우버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던 2014년부터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현지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가디언은 우버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함부르크시 시장,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에게 로비를 했으며 프랑스 경제산업부 장관이던 마크롱 대통령이 우버를 비밀리에 도왔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마크롱 (당시) 장관은 자신이 ‘프랑스 내각에서 반대자들과 비밀 거래를 중개했다’고 말할 정도로 우버를 돕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마크롱 대통령이 장관 시절 우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과 친밀하게 지냈으며, 그가 프랑스에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우버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또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이 2016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칼라닉 CEO를 만난 뒤 우버의 서비스가 수백만명에게 “원하는 만큼 일할 자유와 자신의 삶을 관리할 자유를” 줄 것이라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며, 이는 애초 준비한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우버가 택시 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각국의 관련 노동법을 수정하기 위해 2016년 한 해에만 9000만달러(약 1000억원)의 로비 자금 지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 운전자들을 폭력시위에 이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칼라닉 CEO는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우버 진출을 반대하는 택시 업계의 시위가 가열되자 우버 운전자들을 시위 현장에 내보내 맞불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 칼라닉은 우려를 표한 다른 임원들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폭력은 성공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버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규제 당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우버 운전자를 결집해 택시 운전자를 고소하게 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칼라닉의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버 운전자의 안전을 희생하면서 우버가 폭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적 없다”고 이 사실을 부인했다.
우버는 ‘킬 스위치’라는 기술을 이용해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각국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현지에서 우버 서버에 접근할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실제 네덜란드 경찰이 암스테르담 사무실을 급습했을 때 칼라닉 CEO가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킬 스위치를 누르라”고 지시한 것이 우버 파일에서 확인됐다. 킬 스위치는 캐나다, 벨기에, 인도, 루마니아, 헝가리에서도 사용됐으며, 프랑스에선 최소 3번 활성화됐다. 이에 대해 우버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우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우버 직원의 90%는 최고경영자가 바뀐 뒤 합류했다”면서 “우리는 현재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과거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