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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고객들이 무더기로 예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지난 9월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3일간 모두 883억 달러(약 119조4천억 원) 고객 예금이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크레디트스위스 전체 수신액 1조4천700억 달러(약 1천987조4천억 원)의 6%에 해당하는 액수다.
WSJ은 특히 크레디트스위스의 핵심 사업 영역인 '슈퍼리치'의 자산운용 분야에 돈을 맡긴 고객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이 기간 슈퍼리치들이 인출한 예금 총액은 667억 달러(약 90조2천억 원)에 달했다.
단기간에 거액의 예금이 빠져나감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의 일부 지점은 해당 국가의 감독기관이 규정한 유동성 조건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디트스위스 고객들의 불안감이 확산한 것은 지난해 시작된 위기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 사태에 자금을 물려 50억 달러(약 6조8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4분기에도 16억 달러(약 2조1천억 원)의 적자가 예고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설을 부채질하는 글들이 확산했다.
지난해 월가를 흔든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의 진원지인 레딧에선 크레디트스위스를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에 빗대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적 악화 속에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함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도 올해 들어서만 60%나 하락했다.
또한 이달 초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계단 낮추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신주발행으로 40억 달러(약 5조4천억 원)를 증자해 구조조정 등 위기 탈출에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