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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국 관계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해상 경계 획정안에 공식 합의 해 10년 넘게 끌어온 영유권 분쟁을 일단락 지었다. 이번 합의로 분쟁 수역에 풍부하게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 개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특별 각료 회의를 소집해 중재자인 미국이 제시한 레바논과 해상 경계 획정안을 승인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각료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합의는 정치적 성취”라며 “적성국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면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레바논도 이날 해상경계 획정안을 공식 승인했다. 다만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남쪽 해상 경계 획정은 기술적 문제로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며 이스라엘 총리 발언에 선을 그었다.
양국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로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며 적대 관계를 이어 왔고 지금도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다. 지중해 연안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2009년부터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스라엘은 지난 6월 분쟁 수역에 있는 가스전에 가스 생산과 저장 설비를 갖춘 선박을 진입시켰다. 그러자 레바논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해 간접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번 합의로 양국 분쟁 수역 860㎢ 중 대부분에 대한 권리를 레바논이 갖는다. 이스라엘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해상 경계인 ‘부표 라인’(Line of Buoys)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된다. 부표라인은 이스라엘이 해상 안보를 위해 양국 육상 경계로부터 5㎞까지 그어 놓은 해상 경계선이다.
영유권 분쟁 해역에 있는 카리시(Karish) 가스전은 이스라엘이, 카나(Qana), 시돈(Sidon) 가스전은 레바논이 각각 개발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측 가스전 개발에서 생긴 수익 일부를 사용료로 받는다. 카리시 가스전에서는 전날부터 가스 생산이 시작됐고, 카나 가스전도 레바논 당국의 승인을 받은 프랑스 토털에너지사가 조만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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