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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부터 불야성…국내 압사 피해 중 희생자 최다
‘폭 3.2m’ 좁고 경사진 골목…인파 몰려 옴짝달싹 못해
코로나 이후 3년 만 '노마스크' 축제…억눌렸던 심리 분출
"뒤로 뒤로" 외쳤는데 "밀어 밀어"…현장은 '통제불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서울의 중심 이태원에서 간밤에 벌어진 압사 사고가 ‘역대급’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은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인원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에 무장해제된 이들이 뒤섞이면서 사전 대응은 물론 사후 구조까지 ‘통제 불능’ 상태로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인파 몰려 사람이 책처럼 겹겹이 쌓여…옴짝달싹 못해
29일 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폭 3.2m, 길이 40m의 경사진 좁은 골목길이다. 성인 5~6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곳이다.
게다가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와 맞물리는 곳이라 ‘병목현상’도 불가피했다. 이태원역에서 나와 올라가려는 사람,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의 동선이 겹친 것. 사고 전에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했지만, 몸이 떠밀려 가는 수준으로 불어난 인파는 흡사 거친 파도에 조각배가 떠밀려 가듯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러던 순간 특정할 수 없는 어느 시점과 지점에서 미처 손쓸 새 없이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졌다.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다 보니 내리막길 아래에는 사람들이 책처럼 겹겹이 쌓이게 됐다. 몸무게 65kg 성인 100명이 밀 때 체감되는 압력은 18톤(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는데 인파가 몰린 좁은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체구가 작은 여성들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태원 특유의 좁은 골목 지형은 화를 키웠다. 해당 골목은 위로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지고, 내리막길에 있다 보니 위에서 밀면 아래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골목 중간에 발을 헛디딜 수 있는 턱은 사고 위험 요소였으며, 심지어 길 한쪽은 해밀톤호텔의 외벽이어서 사람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갇힌 상태가 됐다.
뒤엉킨 인파에 애먹은 구조…사전 대책도 미흡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과 경찰이 총출동했지만, 구조에 애를 먹었다. 현장에서 소방대원과 경찰관들이 가장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팔을 잡아당겼지만, 뒤엉킨 상태에 위에서 사람들이 누르는 하중까지 더해져 인력으로 빼내기가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50분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했는데 사고 발생 90분이 넘어서야 뒤늦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고 현장에서는 현장 통제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뒤로 뒤로”라고 외쳤는데 일부가 “밀어 밀어”로 잘못 듣고 앞사람을 밀었다는 등 증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소방서 거리는 100m 안팎으로 멀지 않았지만, 꽉 막힌 이태원로를 뚫고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 도달하기도 평소보다 오래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급 규모의 사고로 소방과 의료진으로도 현장 수습은 역부족이었다. 현장에서는 심폐소생술(CPR)이 가능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피해자들을 구조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안전불감증’도 사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억눌렸던 심리가 분출되며 이태원 전역이 들썩였다. 지난 28일 금요일 저녁부터 인파가 ‘핼러윈의 상징’인 이태원으로 몰렸는데 주말인 29일 토요일 밤에는 절정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