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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개전 후 '21세기 처칠' 거듭나
SNS·화상연설 등 적극적 소통으로 대중 집결
우크라 시민 13만 자원입대 등 전 국민 결사항전
정치인의 솔선수범, 국민 결속에 국제적 지지 얻어
"여기는 전장입니다. 내게 필요한 건 탈출이 아니라 탄약입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도피 제안에 이렇게 답했다. '코미디언 출신 지도자'로 정치력을 의심받던 그는 전쟁 발발 100일이 지난 지금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사적 저항을 펼친 결과, 우크라이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여전히 세계 2위 군사 강국 러시아로부터 국토를 지켜내고 있다.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약 30년 전 이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평화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약속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싸울 무기도 병력도 러시아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러시아에 쉽게 점령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였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는 버텨내고 또 버텨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대 장점은 소통 능력이다. 그는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국민 메시지를 올려 국민들을 응원하고, 세계를 상대로는 선전전을 펼쳤다. 미국과 영국 등 각국 의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은 국제기구, 칸 영화제를 비롯한 축제에서까지 가능한 많은 자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지원과 응원을 호소했다. 자질을 의심받던 그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와 미국의 54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 지원이라는 전례 없는 결정을 이끈 지도자가 됐다. 서방 언론에선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젤렌스키”라는 평가가 줄 이었다.
국민들의 항전 의지도 뜨거웠다. 징집령 발령 전부터 13만여 명이 자원 입대했고, 참전이 어려운 이들은 헌혈이나 물자이송 등 자원봉사를 하며 군을 도왔다. 아내와 어린 자녀를 국경 밖으로 보낸 뒤 다시 돌아와 총을 든 국민도 부지기수다. 유학생은 자국행 교통편에 몸을 실었고, 여성과 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리우폴에 포위된 채 집중 공격을 받은 아조우 연대는 물과 식수가 끊긴 상황에서도 80여 일 넘게 항전하며 러시아군 전체의 진격을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