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우면산에 핵폐기물 시설을 짓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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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우면산에 핵폐기물 시설을 짓는다면

강정권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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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반향은 컸다. 기획의도와 그래픽까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댓글 중에는 “강남 집값은 비수도권 사람들의 희생(핵발전소, 석탄발전소로 인한 환경피해)으로 올린 건데 불편한 진실을 잘 표현했다”는 격려도 있었다. “서울에 원전 하나 놓으면 수도권 전기 공급량 늘고 폭등한 집값 떨어질 테고…”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에 원자력발전소나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자는 아이디어나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서울대 교수 63명은 관악산에 핵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자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가 주민 안전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서울대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 방안으로 “서울대 관악산 터에는 이미 넓은 지하공간이 있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에 대비한 지하연구시설 유치에도 적절하다”고 했다.

이 주장은 그러나 논란만 불러일으킨 채 사그라들었다. 당시 부안 핵폐기장 찬반 논쟁이 한창이었는데 서울대 교수들의 주장이 자칫 검증되지 않은 핵폐기물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부각’ 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와 주민들의 반대도 거셌다.

최근 원자력발전소·석탄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폐기물 처리 시설의 지역 불균형 문제가 다시 논쟁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27일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한시 저장하겠다는 내용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에도 관련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영광·기장·울주·경주·울진 등 원전 소재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는 한목소리로 정부안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나 부지 마련 대안도 없이 한시 저장하겠다는 것은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영구처분시설을 껴안고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략


서울은 소각장 하나 건설하는 문제조차 수년째 답을 찾지 못할 정도로 ‘이기주의’에 찌들어 있다. 원전 인근에는 314만명의 국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3년 동안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감수했다. 이들에게 핵폐기물에 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지역 이기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강남권 주택가를 비켜난 서초구 우면산에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만드는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물론 관악산도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면 좋겠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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