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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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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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29)씨가 남자 코치한테 첫 성폭행을 당한 건 2001년 여름 10살 때의 일이다. 당시 23살의 남자 코치는 탈의실에서 여자 초등학생 선수였던 김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을 때까지 너랑 나만 아는 거다. 말하면 보복을 할 거다."
테니스 코치는 평소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운동을 더 힘들게 시키고 더 많이 때리곤 했다. 김씨는 보복이 두려워 어떠한 저항도 못 했다. 집을 떠나 합숙하고 있어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 코치는 그렇게 강간했다. 김씨는 1년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그 코치는 김씨 말고도 많은 선수의 몸을 만졌다.
학교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코치를 해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6년 5월 김씨는 테니스 대회에서 그 코치를 우연히 만났다. 그날 30분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는 코치를 법정에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당시 사건을 증언해줄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10명이면 10명 모두 안 된다고 말했다. 저 또한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소도 안 되고 기소되더라도 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이겨서 저와 같은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는 2016년 7월 코치를 고소했고, 검찰의 기소와 재판이 이어졌다. 이듬해 10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1심 재판부(재판장 민지현)는 코치에게 강간치상을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를 그를 엄히 꾸짖었다.
법조계에서는 15년 전의 성폭행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판결 이후 김씨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악착같이 싸웠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용기를 낼 차례입니다.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2심(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김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김씨는 8~9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거나 여러 차례 연락을 하면서, 자신이 돕고 있는 어린 피해 선수들을 떠올렸다.
"운동하는 후배들이 2001년 제가 겪은 문제를 2020년에도 똑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스포츠 폭력·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사법부가 성적 지상주의 하에서 지도자가 권력 관계에 있는 선수를 때리고 성폭력을 저질러도 선수들이 저항하기 힘든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의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경찰도, 판사도, 검사도 스포츠 쪽은 으레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주화 이후 스포츠계만큼 저렇게 야만적인 폭력과 성폭력이 횡행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가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를 걱정해주는 판결이 많다. 폭력과 성폭력을 저지르면 언제나 처벌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면,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 안 그러면 '내가 재수 없어서 걸렸고, 잘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10월 인권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스포츠 분야 성폭력/폭력 사건 판례분석 및 구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분석한 87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82건이었다. 아래는 연구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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