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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러시아는 2차 대전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는 안보상 도전을 받고 있다”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75일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약 19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해 전투를 벌여왔다. 그러나 당초 목표인 수도 키이우 점령 및 친서방 정권 붕괴에 실패했다. 또 2차 목표로 삼았던 동부 돈바스 지방과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지대의 완전 장악도 이루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전승일을 전후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유화적 제스처를 기대했으나, 이와 관련된 발언은 전혀 없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쟁 지속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기념사 내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전쟁 책임을 서방에 떠넘겼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무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러시아 국경 근처에 핵무기가 배치되는 것을 봤다”며 “러시아의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당했지만,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결국 ‘특별 군사 작전’에 나서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며 “이는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위협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의 전사들이 70여 년 전 선조들처럼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희생으로 (우크라이나) 나치는 지구상에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설 도중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전사들을 위해 기도하자”며 1분간 묵념도 했다.
러시아의 2차 대전 전승기념일 행사는 구(舊)소련군이 1945년 5월 베를린에 내걸었던 붉은 ‘승전기’ 입장으로 시작됐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부대 사열과 푸틴 대통령의 기념사, 2차 대전 희생자에 대한 헌화 이후 총 1만1000명의 병력과 131대의 전차 및 장갑차, 77대의 군용기가 동원돼 붉은광장을 행진했다. 미그-29 전투기 8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Z’자 편대를 이루며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특히 핵전쟁 발발 시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최고 지휘부가 탑승할 일류신(IL)-80 지휘 통제기와 사거리가 1만2000㎞에 이르는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이 등장해 러시아의 핵전력을 과시했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이날 러시아 28개 도시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점령지인) 마리우폴과 헤르손, 멜리토폴 등에서 전승일 기념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군사 퍼레이드는 이 중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4개 대도시에서만 진행됐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서도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려 했으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의 전투가 계속되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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