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먼저 멈춰 세워야 할 발전소는 증권거래소인지도 모른다. 조용한 학살을 끝내려면."
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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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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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조용한 학살
http://v.kakao.com/v/20210111030018327
(중략)
돈이 갑자기 불어나는 것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건 그 돈이 어디서 무엇을 해서 그렇게 돈을 불려왔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몰랐다고도 할 수 없다. 그 즈음에 나는 브라질의 숲이 불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소고기’가 될 소에게 먹일 곡물사료를 키우기 위해 거대 식품 자본이 주민들에게서 숲과 경작지와 삶터를 빼앗는다는 것을. 인도에서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자살하고, 중국에선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자살이 이어진다는 소식도 들었다. 철도와 도로, 공장과 빌딩은 지도 위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투자는 침략과 약탈의 다른 이름이었다. 잘사는 나라에서 들어온 자본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발전의 불쏘시개였고, 금융가들의 전투 화력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생명과 맞바꾼 돈이 수익배당금이 되어 통장에 쌓였던 것이다.
거짓말처럼 불어났던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짓말처럼 다시 빠져나갔다. 빠져나갈 때는 더 무서웠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던 돈이 다시 원금으로 돌아왔는데, 꼭 돈이 어디로 증발한 것 같고, 내 돈이 ‘반토막’ 난 것만 같고, 졸지에 날강도에게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애초에 ‘내 돈’이었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숫자의 마술은 영혼과 양심도 훔쳐간다는 걸 알았다. 이후로 펀드니 주식이니 하는 근처에는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때가 2008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내 생애에 두 번째 금융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다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식에 투자한다는 ‘영끌’이 유행한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악의 경제위기라 느끼는 사람들의 체감을 비웃듯이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초로 3000을 넘어섰다. 어떤 사람들의 전쟁이 어떤 사람들에겐 축제인 세상이다. 역사 속에서 이런 세상을 나는 언제 보았던가. 전쟁과 파시즘을 맞이하던 시대가 이러했다. 착한 소비자가 저렴한 상품의 출처를 묻지 않고, 선의의 투자자들이 수익의 출처를 캐지 않고, 정부가 고삐 풀린 자본을 통제하지 못할 때, 돈은 자연을 파괴하고 산 목숨을 잡아먹고 덩치를 키운다.
‘녹색 투자’라도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에서 금융이 중심이 될수록 청정기업이 된다. 자본은 언제나 깨끗하다. 지나간 자리가 검고 붉을 뿐. 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지난 8일, 국회는 국민들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난도질해서 이렇게 더 죽여도 좋다는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사람 살리자는 법을 기업은 ‘악재’라 불렀다. 기업이 ‘악재’를 면한 것과 코스피 지수 상승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까? 생명을 갈아 넣어 이윤을 뽑아내는 거대한 죽음의 발전소는 오늘도 돌아간다. 우리가 가장 먼저 멈춰 세워야 할 발전소는 증권거래소인지도 모른다. 조용한 학살을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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