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원왕에서 홈런왕을 꿈꾼다… 상식을 벗어나는 사나이 "절박? 그러기 싫어요"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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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 15:29
2019년 혜성처럼 등장해 리그 구원왕에 오른 하재훈은 2020년부터 어깨 통증과 싸웠다. 2020년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루한 재활이 이어졌다. 사실 야수 전향은 2020년 시즌이 끝난 뒤에도 나온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투수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하재훈은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아픈 어깨 탓에 팔이 올라오지 않았고, 구속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강속구 투수였던 하재훈은 어느덧 140㎞를 던지기도 쉽지 않은 투수가 되어 있었다.
김 감독은 하재훈의 그 자리에서 요청을 수락했다. "존중했다"고 했다. 김 감독도 하재훈이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뜻을 꺾기 어려웠고, 방망이를 허락했다. 역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했기에 하재훈도 '구원왕 투수'의 미련을 쉽게 버릴 수 있었다.
투수 전향 첫 해에 혜성처럼 등장해 구원왕을 차지했다. 어쩌면 상식을 벗어난 선수였다. 그런데 하재훈이 다시 상식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자 전향 첫 해라면 누구나 고전을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하재훈은 불굴의 노력으로 물음표를 점차 느낌표로 바꿔가고 있다. 2022년 SSG의 1군 전지훈련 MVP도 하재훈이었다. 코칭스태프는 하재훈의 성실한 태도, 그리고 빠르게 올라오는 기량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재훈은 캠프 MVP 수상에 대해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한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성과를 얻은 것에 기분이 너무 좋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도 했다. 즐거운 이유다. 하재훈은 "재밌다. 내가 잘했던 것이니까"면서 "미국과 일본에서도 야수를 다 해봤는데 한국은 처음이다. 새롭게 배우는 것도 있고, 내가 잊었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부분들이 있다. 야수를 했던 습관들이 살아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 잊었던 나를 다시 일깨워주는 그런 기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 셋. 어린 나이가 아니다. 빨리 성공하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하다. 즐거우면서도, 절박한 마음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하재훈은 '절박'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연신 흔들었다.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재훈은 "더 이상 절박하게 야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 될 것도 안 되고 중요한 걸 놓치게 되더라. 오히려 내 마음은 홀가분하다. 이제 길은 하나뿐이니까. 안절부절하기는 싫다"고 강조했다.
하재훈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야구를 하고 싶고, 또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밖에서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니 주전 경쟁에도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뒤에서 뛰어가고 있고, 보고 배우는 선수다. 내 자신의 것이 완벽하게 된 후에야 경쟁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수의 세포가 다시 깨어난 캠프였다. 캠프 초반까지만 해도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았다고 말하는 하재훈이다. 예전에는 할 수 있는 플레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3년의 야수 공백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과 몸이 거의 맞아 떨어지는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야수를 했고, 야수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던 선수인 만큼 적응과 올라오는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하재훈 개인의 성실한 노력이 더해진다.
툴 자체만 놓고 보면 SSG 외야의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하재훈은 우직하게 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재훈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빨리 감을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욕심도 난다. 하지만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면서 "야수의 플레이를 경험적으로 잘 안다. 잘 기억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발 더 앞에서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향 당시 홈런왕을 향해 달려보겠다고 했다. 누구는 불가능하다고 하겠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이 사나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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