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700830?sid=104
유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즉각적 휴전(ceasefire), 그리고 평화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러시아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평화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풀리면 곡물을 대대적으로 수출, 글로벌 식량 위기를 해소시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간 러시아를 겨냥해 일치단결했던 서방 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일종의 이간질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일부 회원국 정상만 따로 모여 논의를 가졌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북유럽 국가들인데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가운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중되는 유럽의 안보 위기, 극심한 고통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안, 전쟁에서 비롯한 석유·가스 등 각종 자원과 곡물의 가격 급등에 관해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 국가 정상들이 EU의 틀 안에서 따로 회동을 가진 건 최근 EU 핵심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8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즉각적인 휴전 및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독·불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모스크바와 키이우(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 간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러시아와 끝까지 싸워 빼앗긴 땅을 전부 되찾아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다. “이번 전쟁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철수시켜야 끝날 것”이라는 영국 정부의 태도와도 사뭇 다르다. 자연히 유럽 국가들 언론을 중심으로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일치단결했던 서방이 차츰 분열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가 1차 공격 대상이 되고 이어 몰도바, 조지아 등도 침략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유럽 국가들의 불안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에서 ‘평화’라는 이름으로 대충 봉합된다면 러시아는 이제 군대를 북유럽 쪽으로 돌려 전선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계기로 보복을 다짐하며 “북유럽과 가까운 곳에 더 많은 군대와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바로 이 점을 들어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섣부른 평화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이길 때까지 EU는 무기 제공 등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휴전이 아닌 무기이며, 이번 전쟁의 목표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못박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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