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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한테 “함께 중국을 방문하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할 만큼 서먹해진 관계를 드러내 화제가 되었는데,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대중(對中)정책을 둘러싼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총리 간 이견이 그 원인이었던 셈이다. 숄츠 총리는 오는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3연임을 확정지은 시진핑 국가주석, 은퇴를 앞둔 리커창 총리 등과 차례로 만난다.
◆외신에서 보도… 최근 獨佛 관계 악화 원인 된 듯
5일 로이터에 따르면 숄츠 총리의 방중 계획이 알려진 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둘이 같이 베이징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정부를 상대함에 있어 유럽연합(EU)이 완전히 단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중국이 EU 회원국들을 한 나라씩 상대하며 ‘각개격파’하려는 시도에 대항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숄츠 총리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취재원의 실명을 밝히진 않았으나 “프랑스 및 독일 양국 정부 소식통이 로이터에 확인해준 내용”이라고 출처를 소개했다.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숄츠 총리에게 왜 그토록 화를 냈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 10월26일 숄츠 총리는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다. 숄츠 총리, 그리고 마중을 나온 마크롱 대통령이 궁전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나란히 손을 흔들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3시간가량 이어진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은커녕 공동 성명조차 생략되자 ‘정상들 간 의견차가 무척 컸던 모양’이란 추정이 흘러나왔다. 공동 기자회견을 거부한 쪽이 엘리제궁인 것으로 드러나며 파장은 더욱 확산했다. ‘주인’인 마크롱 대통령이 ‘손님’인 숄츠 총리를 박대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국을 방문한 타국 정상의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것은 상대를 비난하고 싶을 때 쓰는 외교 전술”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숄츠 총리한테 모욕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숄츠, 대규모 경제 사절단 이끌고 4일 訪中 강행
숄츠 총리가 프랑스와의 관계 훼손을 감수하며 단독 방중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번 방문의 핵심이 철저히 독일의 국익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중국 입장에서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우호적인 나라다. 특히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을 거치며 독일·중국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이 급속히 심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하며 올겨울 최악의 에너지 대란 및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독일로선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처지다.
당장 이번 숄츠 총리의 방중 수행단에는 폭스바겐, 바스프(BASF), 지멘스, 도이체방크, BMW, 머크, 바이오 등 독일 유수 기업들의 대표가 대거 포함됐다.
최근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하며 경각심을 드러낸 EU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는 독일이 내심 못마땅하다는 눈치다. 중국을 상대할 때 회원국 개별 입장보다 EU 차원의 통일된 대응을 하기로 얼마 전에 약속했는데 EU를 이끄는 독일 스스로 이 원칙을 걷어찼다는 불만이 몇몇 회원국에서 감지된다. 마침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짓고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선 직후이다보니 ‘독일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도 시 주석을 축하하고 중국에 경의를 표했다’는 식의 정치적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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