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 사태에 숨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키워드
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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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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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전쟁은 기존의 재래식 전쟁·비정규전·사이버전에다 가짜뉴스, 외교, 소송전, 외국 선거 개입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온갖 도구를 동원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 난처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 의지를 실현하는 '정치 전쟁'을 가리킨다. 미국 국방대학의 프랭크 호프먼 교수가 제시했다.
공격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우든지, 관련 없는 제3세력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숨긴다. 심지어 남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비난과 보복을 피한다. 상대는 누가 공격하는지도 모르고 당하게 된다. 의도된 거짓말로 이뤄진 선전전, 교활한 비밀공작, 뻔뻔한 변명과 선전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이용하고 버리는 비인간적인 면모와 잔혹성까지 갖춘 비열한 공격이 이어진다. 여론 조작도 포함된다.
이렇게 공격을 당한 측은 내부 분열, 도덕성 실추, 여론 악화, 이미지 손상, 경제·사회적 혼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공격을 가한 측의 요구를 자연스럽게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군사력·경제력에서 밀려도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중략)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벨라루스에 모인 이유
그렇다면 벨라루스와 루카셴코는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루카셴코가 EU 국가들의 제재를 받는 문제아였기 때문이다. 루카셴코의 장기집권 야욕이 배경에 깔렸다. 2020년 8월9일 여섯 번째 대선을 치른 루카셴코는 1994년 첫 대선을 제외한 모든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는 대선 때마다 반대파 지도자들의 입후보를 원천봉쇄해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려왔다.
그런 상황에서 루카셴코는 지난 5월23일 132명을 싣고 그리스 아테네에서 벨라루스 영공을 거쳐 이웃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로 행하던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자회사 소속 4978편 여객기를 전투기를 동원해 강제로 착륙시켰다. 여객기에는 벨라루스의 반정부 언론인인 로만 프로타세비치와 그의 여자친구인 소피아 사페가가 타고 있었다. 국가 주도의 납치극을 벌인 셈이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는 EU로부터 자국 항공사의 유럽 영공 통과 금지, EU 여행 금지, 자산 동결, 경제 제재 등 혹독한 제재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한 루카셴코의 대책은 반성이 아니라 적반하장이었다. 그는 "인신매매업자와 마약밀수업자, 무장이주자를 EU 국경에 데려오겠다"고 위협한 뒤 중동에서 이주 희망자를 데려와 국경으로 데려갔다.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주민을 이용해 EU 국가들을 괴롭혀 자신에게 가해진 제재를 풀어보려는 속셈이 빤히 드러났다.
사실 이런 하이브리드 전쟁은 이미 존재했으며,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짭짤한 재미를 봐왔기 때문이다. 2013~16년 나토 사령관을 지낸 미국의 필립 브리드러브 장군은 2016년 2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난민을 활용해 유럽을 약화시키려 해왔으며, 난민 유입을 통해 지역 안정을 뒤흔들어 경제와 사회 불안정을 유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맞는다면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민을 활용해 서유럽에 타격을 주려고 시도해 왔던 셈이다.
그해 10월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핀란드의 국방부 장관이 나토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유럽과 전쟁이 벌어지면 최대 100만 명의 난민을 핀란드-러시아 국경에 쏟아넣고 제2전선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http://news.v.daum.net/v/20211209110203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