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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과 뒤이은 핵위기, 코로나19 재확산,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달린 지구촌에 올해는 위기가 끊임없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영국 콜린스 사전이 'permacrisis'(영구적 위기)라는 합성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인 이 단어가 '키이우', '스포츠세탁', '파티게이트' 등을 제치고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콜린스 사전은 이 단어를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AFP는 이 단어가 꼽힌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과 심각한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정치적 격변과 고물가 등으로 인해 처한 혼란상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콜린스 러닝'의 알렉스 비크로프트 국장은 "이 '영구적 위기'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올해가 얼마나 끔찍한 해였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1970년대 학술 용어로 처음 등장했으며, 최근 몇 달 새 갑자기 유행하게 됐다고 콜린스는 설명했다.
콜린스 사전의 언어 자문인 헬렌 뉴스테드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위기라는 말이 사람들의 대화를 지배했음이 분명하다"며 "영구적 위기는 하나의 위기가 다른 위기로 바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구적 위기와 경쟁한 단어 중 하나인 키이우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이름으로 이제 전 세계인에 친숙한 단어지만, 전쟁 전까지는 러시아식 발음인 키예프로 불렸다.
스포츠세탁은 부도덕한 정권이 중요한 스포츠 행사를 치르거나 유명 스포츠팀을 인수해 자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방 언론은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배후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스포츠 문화 진흥 정책에 대해 이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파티게이트는 보리스 전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민들이 힘겨워하는 시기에 공관에서 파티를 연 데서 생겨나 결국 그를 물러나게 만든 말이다.
이들 단어 외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타계하고 아들 찰스 왕세자가 국왕이 되면서 찰스의 라틴어 표현인 '캐럴린'도 널리 쓰이면서 콜린스 사전에 등재됐다.
또 에너지 위기로 난방비에 쪼들리는 영국인들이 교회나 도서관 등을 찾아 추위를 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웜 뱅크'(warm bank)라는 단어도 생겼고, MZ 세대 직장인이 고용주에 대한 항의 표시나 자신의 '워라밸'을 위해 맡은 일만 하는 세태를 일컫는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비크로프트 국장은 "우리 사전에 새로 등재된 신조어들은 현재 세계가 처한 상황을 반영한다"며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는 키이우와 영국이 새 시대를 맞이했음을 뜻하는 캐럴린 등은 나름대로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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