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성추행 신고했는데…무고 혐의 ‘피의자’ 신세에 같은 부대 ‘계속’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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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성추행 신고했는데…무고 혐의 ‘피의자’ 신세에 같은 부대 ‘계속’ 근무

강정권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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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7월 30일 경기도 이천의 군부대 인근 고깃집에서 벌어졌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는 회식 자리에서 만취 상태가 됐다. A씨와 같은 부서였던 B소령은 식당 밖에서 강제로 A씨와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가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2020년 8월 3일 성추행 사실을 부대 양성평등상담소에 신고했다. A씨는 상담소 의견에 따라 군사경찰단에 B소령에 대한 고소 의사를 밝혔고, 군사경찰단은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B소령은 성추행 사건 다음날 부대에서 마주친 A씨에게 “마음을 잘못 표현한 것 같다”며 용서를 구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B소령은 8월 말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B 소령은 11월 말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하기도 했다.

군검찰은 성추행 사건 신고 3개월만인 10월 30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군검찰은 당시 취해있던 A씨의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점, 식당 CCTV를 볼 때 A씨가 B소령의 팔을 잡고 대화하는 등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A씨는 불복했다. A씨는 11월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군검찰이 ‘가해자의 폭행·협박’ 여부를 따지는 강제추행 혐의로만 한정해 수사하고, ‘피해자의 항거불능’에 초점을 두는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선 법리적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A씨 측은 “B소령이 강제로 입 맞추려 할 때 놀란 A씨가 뿌리치며 도망쳤던 사실은 CCTV를 통해 확인되는 명징한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멍이 들기도 했다”며 “A씨는 만취 상태에서도 원치 않는 추행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지난해 7월 이에 대해 “법률 적용 여부는 군검찰의 권한”이라며 기각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군검찰이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선 법리적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A씨 측은 대법원에 재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법적싸움 만큼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무고·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처리가 늦어지면서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1년 반째 같은 부서에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당국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대법원의 재항고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수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대법원의 재항고 결정에 따라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성추행과 무고 사건이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 사건을 처리하기로 상급부대와 협의했다”며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무고·명예훼손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씨가 불구속 상태인 데다 기소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 생활을 하는 데 문제 되는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CCTV 증거가 있기 때문에 군검찰이 성추행 사건과 별개로 무고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신고자가 사실관계를 인지한 대로 신고했다면 착각 혹은 착오가 있었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반복적이고 확고한 판결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건 처리를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는 B소령의 불기소 처분이 억울해 계속 다투고 있는데, ‘넌 다투고 있으니 피의자다’라고 방치하는 셈”이라며 “군 당국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재항고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해자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여군이 앞으로 문제해결을 바라고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우진 기자(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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