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더 살고 싶다는 환자, 더 살면 뭐 할지엔 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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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권 0   0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면 생각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죽음 자체보다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게 될까 봐 그게 더 두렵다고 말한다.”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인 김범석(44·사진)씨의 글이다. 그는 주로 4기 암 환자를 만난다. 완치보다는 생명 연장이 목적인 이들이다. 이렇게 만나는 환자가 하루 수십명이다. 2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환자를 만났고, 무수히 많은 생의 마지막 언저리를 마주했다”며 “수많은 사람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옮겼다”고 했다.

지난달 나온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에는 다양한 삶과 죽음이 있다. 20대 초반에 암을 발견해 치료, 수술, 재발, 재수술을 반복했던 환자 S씨는 강인하게 버티다 별안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또 그래프는 임종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자식들을 마지막으로 볼 때까지 지연된, 아버지의 죽음도 나온다. 김씨는 의사보다는 사람으로서 묻는다. ‘이들이 못 견딘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순간에는 가볍게 떠났을까’라고. 매일 죽음을 곁에 둔 그가 보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종양내과 의사는 힘들고 우울할 수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해 굉장히 많이 배운다. 그건 일종의 특권이다.” 김씨는 “어떤 환자를 보면 ‘저분이 왜 저러시나’하고 의아할 때가 있다”고 했다. 한 환자는 임종 직전,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가까이 오자 “내 돈 2억 갚아라”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10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던 환자들은 “10년 더 살면 무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곤 한다. 김씨는 “오래 살고 싶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소망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런 이들을 보며 그는 “그런 모습을 내 안에서도 발견한다. 나 자신과, 삶에 대해 성찰한다”고 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면서도 죽음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김씨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정리해둬야 한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했다. “폐암 환자들은 폐에 가득 찬 물을 빼고 숨만 제대로 쉬어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감사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감사하고 소중한 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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